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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향글향책향

환자의 기도

by 꽃향기꽃심 2025.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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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제가 아프기 전에는

당신을 소홀히 하다가

이렇게 환자가 되어서야

열심히 당신을 부르는 제 모습이

비겁하고 부끄럽고 염치없어

숨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용서해 주시리라 믿고

더 열심히 당신을 부릅니다

오직 단신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저의 나약하고 부서진 모습을

가없이 이겨주십시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두려움 고독 불안이

밤낮으로 저를 휘감을 때면

저 자신이 낯설고

세상과 가족과 이웃도 낯설고 그래서 힘이 듭니다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이 오면

또 하루를 어찌 견디나 힘겨워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밤이 되면

잠을 설치며 또 다음 날 걱정하는

어리석은 저에게

다시 감사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다시 기뻐 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고

다시 기도할 수 있는 믿음을 주시고

저 자신을 받아들이는 인내를 주십시오

 

저를 담당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을

단순한 마음으로 신뢰하고

저를 돌보아주는 보호자인 가족과 간병인들에게

고마워하는 마음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

그래서 제가 아프기 전보다

더 겸손하게 사랑을 넓혀가는

성숙한 사랑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 이해인 시인의 환자의 기도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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