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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제가 아프기 전에는
당신을 소홀히 하다가
이렇게 환자가 되어서야
열심히 당신을 부르는 제 모습이
비겁하고 부끄럽고 염치없어
숨고 싶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용서해 주시리라 믿고
더 열심히 당신을 부릅니다
오직 단신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저의 나약하고 부서진 모습을
가없이 이겨주십시오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두려움 고독 불안이
밤낮으로 저를 휘감을 때면
저 자신이 낯설고
세상과 가족과 이웃도 낯설고 그래서 힘이 듭니다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이 오면
또 하루를 어찌 견디나 힘겨워하고
하루를 마감하는 밤이 되면
잠을 설치며 또 다음 날 걱정하는
어리석은 저에게
다시 감사할 수 있는 용기를 주시고
다시 기뻐 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시고
다시 기도할 수 있는 믿음을 주시고
저 자신을 받아들이는 인내를 주십시오
저를 담당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을
단순한 마음으로 신뢰하고
저를 돌보아주는 보호자인 가족과 간병인들에게
고마워하는 마음 잃지 않게 해 주십시오
그래서 제가 아프기 전보다
더 겸손하게 사랑을 넓혀가는
성숙한 사랑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 이해인 시인의 환자의 기도 전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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