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계꽃을 접한 것은 아주 오래전 광천시장 길거리 꽃집에서 화분에 핀 블루스카이 꽃이었다. 눈에 쏙 들어왔었고 그냥 뒤로하고 올 수는 없어서 화분째 들고 왔었는데 몇 년을 키웠을까? 그래도 꽤 오래 키웠는데 그때는 반려식물이란 말은 고사하고 취미로도 꽃을 키운다는 생각조차도 안 하던 때라 증식할 생각도 못했고 삽목이니 꺽꽂이니 그런 것도 전혀 모르던 때였다. 그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키우던 시계초는 그렇게 어찌어찌 저찌저찌하다가 끝내는 떠나보냈다.
그리고 얼마 후, 지금부터 한 십여 년 안팎의 기간 동안 시계꽃을 키우게 되었다. 처음엔 다음 카페 한국 종자 나눔회와 신품종연구회에서 씨앗을 나눔받아 블루스카이 변종과 케메시나라는 종을 청사초롱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부른 그 씨앗을 3알 나눔 받아 3알 모두 발아하여 그 세알이 모두 같은 것인 줄 알고 하나는 내가 키우고 2개는 다른 분들에게 나눠 줬었다. 그런데 그렇게 나처럼 똑같이 나눔받아 키운 사람들 중에 2개 이상 발아시켜 모두 본인이 키운 사람들을 보니 다 다른 꽃이 피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3알에서 탄생한 청사초롱 2세들이 미시즈김 이라는 이름과 청실홍실이란 이름으로 불리워지게 되었고, 한종류는 이름이 없었는데 청실홍실을 중간에 어떤 분이 청사초롱의 2세 청실홍실인 줄 모르고 외국산 아도로소로 잘못 알아 이름을 아도로소로 바꿔 부르게 되었다. 그렇게 아도로소란 이름은 계속 불리워지고 있어 할 수 없이 이름없는 청사초롱2세를 청실홍실로 부르면서 그렇게 시계꽃을 키우고 있다.
현재는 한국종자나눔회와 신품종 연구회는 오래전에 탈퇴를 했고 다음 카페 시계초연구회(약자로 시초연)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청사초롱2세를 키울무렵부터 시초연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종류의 시계꽃을 접하게 되었다. 시초연회원들은 사실 시계꽃이 아직은 그렇게 많이 보급되어진 품종은 아니기에 증식시켜 판매를 해도 충분할텐데도 판매보다 키우는데 우선인 사람들이다 보니 어떻게해서라도 예쁜 시계초를 하나라도 더 만들려는 노력과 함께 해마다 신품종 시계초를 탄생시키고 있고, 하나라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키우고파 서로서로 나누는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 덕분에 나도 작년까지 30여종의 시계꽃을 볼 수 있었다. 올해 시초연 식구 중에는 50여 종 이상의 꽃을 본 분도 계신다.
작년 겨울에 이사하면서 시계초가 열대식물이다 보니 따뜻한 곳에서 키워야 하는데, 시계초를 키울 장소가 어쩔 수 없는 구멍 뻥뻥 뚫린 빈 창고에 둬야 하는 실정이 되어 버렸다. 그곳에 나름 비닐막도 치고 최대한 할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 보온을 한다고 했지만 보유하고 있던 시계초 40여 종을 모두 동사시키고 말았다. 그래서 봄부터 다시 시초연회원들께 손 벌려서 나눔 받기 시작해 현재 다시 30여 종 모아졌다. 올해 꽃은 아직 못 본 게 대부분이지만 올 겨울에만 잘 보관하면 내년에는 다시 30여 종의 꽃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시초연회원들끼리 서로 하는 말이 있다. 있을 때 열심히 나눠주자고, 그게 보험이라고, 역시나 그 말이 맞았다. 내 경우도 지난겨울 그렇게 다 전멸시켰음에도 올해 다 다시 나눔 받아 원래 가지고 있던 만큼으로 다시 채웠으니 말이다.
사실 시계꽃을 키우기가 그리 쉽진 않다. 왜냐하면 열대식물이라서 겨울에 보관할 따뜻한 장소가 꼭 필요한 것이 첫 번째이고, 그래서 화분에서 키워야 하니 화분에 키우는 것은 대체적으로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멀쩡하게 잘 키우다가도 정말 실력자들도 어느 한순간에 훅하고 사망선고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기에 서로서로 나눔이라는 보험을 통해 회원 간의 종자 유지도 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그 나눔이라는 보험사업을 지난 주도 이번 주도 하고 있다. 시초연 모든 회원들이 이번 겨울도 예쁜 반려식물 시계초들을 어떻게 또 잘 보존시키나 하는 게 관건이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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